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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위에42

나도 모르는게 많다 시간에겐 시간의 몫이,타인에겐 타인의 몫이 있다.내 머리로 저 너머까지 계산하고 파악하고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 말자.나는 모르는 게 아주 많다.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도 아주 많다.내가 모든 기쁨과 행복을 알고 맛보고 누릴 순 없다.고통과 불행은 내게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불확실성을 제거하려 안달하지 말자.끌어안자.생의 우연을, 모호함을,부서지기 쉬운 연약함을,부조리함까지도.— 최혜진,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중에서 2025. 5. 13.
국악의 팬덤화, 입덕의 시대 국악의 팬덤화, 입덕의 시대2024년 7월 국립극장 《창(唱): 꿈꾸다》가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2023년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서 고종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김준수가 주연인 공연으로 이 콘서트에서는 판소리뿐 아니라 발라드, 재즈, 록 편곡까지 넘나들며 국악의 ‘장르 허물기’에 도전했고, “국악도 멜론 플레이리스트에 담길 수 있다”는 선언으로 많은 MZ 청중의 공감을 샀다. 그의 팬클럽은 국립극장 공연마다 커피와 굿즈, 전통 신을 선물하며 서포트를 이어갔다. 이들이 선물한 두루마기와 태사혜를 입은 채 무대에 오르는 모습은 MZ 청중이 전통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국악의 팬문화는 김준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배우 김수인의 팬들은 연남동 카페를 사흘간 대관해 생일 카.. 2025. 5. 12.
삶도 블로그도 아직은 정착중입니다. 일흔이 넘은 지금,삶은 여전히 배우고 느끼는 일의 연속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늘 땅 위에서 시작됩니다.흙을 밟고, 씨를 뿌리고, 손으로 가꾼 자리에서나는 오늘도 작고 소중한 하루를 살아갑니다.땅은 참 정직합니다.정성을 들인 만큼, 계절을 따라 조용히 응답해줍니다.처음 써보는 블로그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합니다.서툴고 더딜지라도, 마치 밭을 일구듯 조금씩 내 이야기를 심어보려 합니다.걷다가 만난 들꽃, 마당에 떨어진 빗방울,작은 여행 속에서 마주한 풍경들,그 모든 것이 땅에서 이어지는 삶의 조각입니다.이곳이 그 조각들을 차곡차곡 모아두는,그리고 때때로 누군가에게 쉼이 되는 작은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5. 5. 12.
오래된 산수 낯선풍경 오래된 산수 낯선 풍경 김호민 작가 전통 산수화 속에 텐트가 등장한다. 조선 화풍을 따르던 종이에 러버덕이 떠다닌다. 경계의 철책 너머, 한적한 해안에는 귀여운 오리 한 마리가 정박해 있다. 김호민 작가의 산수화는 익숙한 붓끝의 흔적 속에 낯선 시대의 삶을 은근히 끼워 넣는다. 전통이라는 경계 안에서, 그는 어떻게 ‘지금’을 기록하고 있을까.전통 속으로 돌아가다“자개장에 그려진 산과 동물을 따라 그리던 아이였죠.”김호민 작가의 회화 인생은 아버지가 하시던 자개 공방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그는 조각 문양을 낙서처럼 흉내 내며 기초를 익혔고, 만화가의 꿈을 키우던 청소년기를 지나 미술부 활동을 계기로 회화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서양화를 꿈꿨지만, 집안의 권유와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국화과로 진학했고.. 2025. 5. 12.
농민의 거친 손마디가 빚어낸 자연유산의 가치 명승남해 가천마을 다랑이 논 인간의 피땀 어린 노력과 자연환경의 조화경사진 땅을 이용해 돌을 쌓고, 물길을 돌려 경작지를 일군 다랑이 논은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 순응했던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남해 가천마을의 다랑이 논은 설흘산과 응봉산 자락의 급경사지에 계단처럼 층층이 펼쳐진다. 무려 100여 층, 680여 개에 이르는 논이 바다를 향해 굽이치듯 내려앉은 모습은 마치 거대한 자연의 수묵화처럼 느껴진다. 멀리서 바라보면 굽이치는 논의 곡선이 춤을 추며, 물이 가득한 시기엔 푸른 하늘을 담고, 모내기철에는 연초록의 생명이 차오르며, 가을이면 황금빛 물결이 일렁인다. 이 모든 장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지는 자연과 인간의 합주 같다.다랑이 논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지형과 기후, 사람의 손길이 복합적으로 얽힌 하나의 거대한 유.. 2025. 5. 11.
전통과 문화를 이어 삶이 된 그곳 전통과 문화를 이어 삶이 된 그곳, 영주 그동안 수많은 다리를 만났다. 별생각 없이 건넌 다리가 있는가 하면, 늙은 호박 같은 노오란 노을을 바라보며 황홀감에 취했던 다리도 있다. 기억 저편에 잠자고 있는 다리만 연결해도 책 한 권은 너끈히 나올 테다. 사람들은 영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150m 정도 길게 이어진 유려한 곡선미는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다리의 진미는 보이지 않는 데 있다. 다리를 오가며 평생을 보낸 삶의 애환이 그것이다.마을을 잇다, 삶을 잇다, 외나무다리 건너 무섬마을국가민속문화유산 영주 무섬마을은 국가민속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과 예천 회룡포마을 같은 ‘물돌이 마을’이다. 마을을 휘감는 물길은 태백산과 소백산에서 각각 흘러온 내성천과 서천이다... 2025.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