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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위에36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차이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차이가 뭘까요?환자는 침대에 누워있고, 건강한 사람은자신의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있는 걸까요?맞는 이야기예요. 그렇다면 환자와 건강한사람의 차이는 '걷다'가 될 것입니다. 환자는걷지 못하고 건강한 사람은 걷고 있다.이 말은 즉 인생에서 자신의 길을중단한 사람이 곧 환자라는이야기입니다.- 필립 길버트 해머튼《지적 생활의 즐거움》중에서 -걷는다는 것의 의미 – 인생의 페이스 조절에 대하여누군가 말했습니다.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차이는 단지 ‘걷는가, 걷지 못하는가’에 있다고. 처음엔 단순한 비교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말 속에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걷는다’는.. 2025. 6. 8.
AI는 우리의 옛 기억을 어떻게 생성할까? 국가유산, 알고리즘을 만나다전통이 낡고 먼 이야기로 느껴질 때 우리는 때때로 새로운 렌즈가 필요하다. 그 렌즈가 바로 ‘인공지능’이라면 어떨까? 고려청자의 비색, 목판본의 결구, 고지도에 담긴 상상의 풍경까지. 지금 기계가 옛사람의 마음을 배워가는 시대가 열렸다.단순한 기술 이상의 존재인 ‘인공지능’은 과거에 머무르는 시간을 현재로 가져와 미래로 보내고 있다. 국가유산을 보존하고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새롭게 읽고, 낯선 시선으로 조형하고, 또 하나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전통이 젊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인간이 새로운 언어를 끊임없이 발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00, 01.신윤복 필 풍속도 화첩 중 상춘야흥(왼쪽)과 인공지능이 생성한 상춘야흥.. 2025. 6. 6.
가장 오래된 기록 돌속에 새기다 돌 앞에 선 열세 살열세 살, 또래들은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갈 나이에 이재순 선생은 돌을 깎고 있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학교를 쉬던 어느 날, 가족의 권유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석조 인생의 시작이었다. 팽이를 깎고, 연을 날리며 손재주를 키워 온 소년에게 돌은 낯설지 않은 재료였다.“처음에는 어깨너머로 배우고 치석 작업을 했습니다. 돌의 표면을 다듬는 일이었죠. 그때는 기술보다 태도를 배웠어요. 돌 앞에서는 정직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열다섯 무렵, 그는 형과 함께 서울 창동에 있던 김부관 선생의 작업장으로 향했다. 6개월여 동안 돌을 다듬는 기본기를 배웠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는 손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인정을 받으니까 오히려 시기받고 내쳐지기도 했다. 그 일이 그.. 2025. 6. 3.
입은 날카로운 도끼와 같다 조심성 없이 아무렇게 툭 던지는 말 한 마디로 상처를 입는 사람이 많다. 말실수는 다시는 주워 담지 못한다. 한데도 우리는 낯부끄러운 말을 함부로 한다. ‘부끄러운 말’(filthy language)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더러운 말, 천한 말, 어리석은 말, 음란한 말, 추한 말, 욕하는 말, 남을 비하하는 말을 다 포함한다.인간은 본성적으로 아름답고 선한 말보다는 부끄러운 말, 음란하고 더럽고 추한 말, 어리석고 천한 말을 더 좋아한다. 아니, 남을 닦달하고, 폄하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말에 혀가 더 가볍다. 겉으로는 아닌 듯 치장하고 감추어도 그 내면에는 그런 부끄러운 말에 대한 동경이 숨겨졌다. 다만 그 표현을 완곡하게 뱉어내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말에는 그 사람의 밑천이 드러난다. 누.. 2025. 6. 2.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 스물두 살에 결혼한타고르는 2남 3녀의 자식을 두었으나,자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는아니었다. 큰 아들 라딘드라나트는 "아버지는 자식들보다문학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할 만큼 많은 시간을 글쓰기로보내셨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차츰 아버지의 그 열정이아버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아버지는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을 사셨지만자신의 소명을 완전히 실현하신 분"이라고말했다.- 하진희의《표현되었을 뿐 설명할 수 없습니다.스물두 살의 나이에 결혼한 타고르는 다섯 자녀를 두었다. 그러나 그는 흔히 우리가 기대하는 자상한 아버지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큰아들 라딘드라나트는 회상한다. “아버지는 자식들보다 문학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할 만큼 많은 시간을 글쓰기로 보내셨다.”어린 자식의 눈엔 무심.. 2025. 6. 2.
새가 길을 찾는 방법 대부분의 새는서늘하고 바람이 적은 야간에이동을 한다. 땅거미가 질 무렵 출발해서열심히 날갯짓을 하다가 좋은 휴게소에 들러다음날을 위해 연료를 보충한다. 새들은 구름이나안개가 시야를 가려서 지면 가까이 날아야 하는 밤을제외하면 대개는 고도 400~6000m 사이에서이동한다. 새들은 별과 지구의 자기장을이용해서 길을 찾는다.- 트리시 오케인의《나는 새들이 왜 노래하는지 아네》중에서 -길을 잃지 않는 존재들어둠이 내리면 대부분의 새들은 날개를 펴고 하늘을 가른다. 사람들의 하루가 마무리되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질 무렵, 그들은 긴 여행을 시작한다. 목적지를 묻는 이도 없고, 안내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별빛을 따라, 지구의 자기장을 따라, 때로는 바람의 결을 읽으며 .. 2025.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