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빛’을 생각할 때 그것이 번쩍이며 타오르는 순간을 떠올린다. 불꽃처럼 치솟는 장면, 어둠을 찢고 등장하는 극적인 순간. 그래서 빛은 늘 강렬해야 하고, 무엇인가를 뚫고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쩌면, 빛은 그렇게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끊임없이, 흐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빛은 변화를 상징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항상 격렬할 필요가 없다. 대단한 선언이나 폭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시선을 바꾸고, 사고의 각도를 넓히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커지는 일. 빛은 그렇게 사람들 사이를 흐르듯 이어진다. 불을 붙이는 혁명이 끝난 뒤, 더 중요한 건 그 불이 남긴 온기가 어떻게 흘러가느냐다.
촛불은 타오르지만, 그 불빛은 흘러간다. 누군가의 손에서 또 다른 이의 손으로, 도시의 광장에서 작은 골목길로, 시대의 중심에서 개인의 내면으로. 그것은 하나의 생각에서 시작된 파장이 되어, 다른 이의 삶 속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그것이 바로 의식의 흐름, 연대의 흐름, 빛의 흐름이다.
그리고 흐른다는 건, 지속된다는 것이다. 순간의 타오름은 사라지지만, 흐름은 남는다. 진짜 변화는 ‘한 번의 불꽃’이 아니라, ‘계속되는 흐름’ 속에 있다. 빛이 흐르기 위해 필요한 건 타오를 용기보다, 흐름을 지키려는 인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세상을 바꾸는 순간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세상을 유지하는 힘은 그 순간이 지난 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수많은 작고 고요한 빛들에 있다. 정의, 상식, 연대, 사랑—이 모든 빛은 타오르기보다 흐를 때, 진짜로 세상을 바꾼다.
그러니 잊지 말자.
빛은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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