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고가의 제품을 ‘명품’이라 부른다. 그 제품들은 뛰어난 품질,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랜드가 가진 상징성으로 인해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명품에는 항상 ‘짝퉁’, 즉 가짜가 따라붙는다는 점이다. 짝퉁이 생긴다는 것은 오히려 명품이 명품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가짜는 진짜를 흉내 낸다. 존재하지 않는 진짜는 모방될 수도 없다. 따라서 누군가를 따라하고자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무언가 본받을 만한 존재라고 여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짝퉁의 존재는 본래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명품이어서 짝퉁도 생긴다. 이 말 속에는 ‘가치가 있으니 탐하는 자도 많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가치는 단순한 물질적 요소를 넘어, 상징적 의미와 사회적 위치를 포함한다.
하지만 이 문장은 단순히 명품 브랜드와 그 모조품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진짜’들에게도 해당된다. 진짜 실력, 진짜 성품, 진짜 감동을 주는 사람이나 작품은 반드시 누군가의 모방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면 그 가치를 흉내 내려는 가짜들이 넘쳐나기도 한다. SNS에서 인기를 얻은 사람의 말투나 스타일이 여기저기서 복제되고, 원작자의 창작물은 모방의 대상이 되며, 어떤 이의 삶 자체가 롤모델로 소비된다. 진짜는 항상 가짜의 그림자를 동반한다.
이쯤 되면 묻고 싶다. 우리는 왜 가짜를 만들고, 또 소비하는 걸까? 인간은 본래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한 대가를 기꺼이 감수하지는 않는다. 명품을 사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고, 진짜 실력을 갖추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비슷해 보이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외형만 갖춘 채 내면은 비어 있는 상태. 그것이 짝퉁의 본질이다.
하지만 겉모습이 닮았다고 해서 진짜가 될 수는 없다. 명품은 단지 고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이 쌓아온 장인정신과 철학, 그리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 덕분에 명품이 된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삶은 오래가지 못한다. 진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때론 외롭고 속도가 느릴지라도, 가짜와는 구별되는 묵직함을 지닌다.
“명품이어서 짝퉁도 생긴다.” 이 짧은 문장은 우리에게 말한다.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가짜와의 싸움을 감수해야 하고, 진짜는 가짜로부터 위협을 받을 만큼 빛나야 한다는 것을.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짝퉁이 생기는 명품’이 아니라, 짝퉁이 넘볼 수 없는 진정한 가치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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