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를 볼 수 있는 최저 걸음수는 2000보
걷기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하한선으로 제시하는 걸음 수는 대체로 하루 2000~2500보다. 2023년 미국 존스홉킨스의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6개국 17개 연구에 참가한 22만7천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걷기의 건강 효과는 하루 2300보부터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300보는 보폭 70~80cm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6~1.8km에 해당한다. 400m 트랙을 돌 경우 4바퀴가 좀 넘는다. 시간으로 따지면 보통 걸음으로 25분 안팎, 빠른 걸음으로 15~20분 정도 걷는 거리다.
걷기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걸음 수(양)를 채우는 것과 함께 질이 따라줘야 한다.
걷기 운동의 질을 높이는 첫번째 요소는 속도다. 전체 걸음 수 중 일정량은 빨리 걷는 것이 좋다. 아오야기 박사는 8000보 중 20분(2천보) 정도는 중강도의 걷기 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 중강도 걷기는 평소보다 보폭을 넓혀 성큼성큼 걷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 또는 살짝 땀이 나는 정도로 빨리 걷는 속도다. 이렇게 할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2일 국제학술지 ‘하트’에 발표된 연구에선 시속 5km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걷는 것이 부정맥 위험 감소와 관련 있다는 걸 확인했다.
미국에선 느리게 걷는 사람들이 빠르게 걷는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최대 1.89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영국 성인 45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평생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은 느린 걸음으로 걷는 사람보다 생물학적 연령이 최대 16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신슈대 노세 히로시 교수는 ‘고강도 인터벌 걷기’(High-Intensity Interval Walking)를 권한다. 빠르게 걷기와 보통 걷기를 3분씩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으로, 한 번에 최소 30분 동안 일주일에 4번 걷기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그는 실험 결과 고강도 인터벌 걷기는 노화에 따른 혈압 상승, 허벅지 근력 감소를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루 중 체온이 높은 때인 저녁에 걸으면 혈액 순환과 면역력이 더 좋아진다. 픽사베이 원본보기
하루 중 체온이 높은 때인 저녁에 걸으면 혈액 순환과 면역력이 더 좋아진다. 픽사베이
저녁 때 걷는 게 효과 더 좋아
또 다른 요소는 걷는 시간대이다. 하루 중 체온이 높은 때인 저녁에 걸으면 혈액 순환과 면역력이 더 좋아진다. 숙면을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보폭을 넓혔다 좁혔다 하면서 다양한 보폭으로 걸으면 일정한 보폭으로 걷는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가 소비되는 효과도 있다.
영국 레스터대의 토머스 예이츠 교수는 ‘왜 걷기가 장수와 건강의 열쇠가 될 수 있나’라는 제목의 ‘더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신체 활동 부족은 오늘날 당뇨병, 심장병 같은 만성 질환이 광범위하게 퍼진 주요 원인”이라며 “이를 해소하면 연간 390만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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