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위에

조금 느리게, 조금 다르게, 행복을 찾아 걷는 길

해바라기 님의 블로그 2025. 5. 21. 10:07

“It’s not what you look at that matters, it’s what you see.”
핸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사는 게 참 힘들다는 말을, 요즘은 아무렇지 않게 내뱉게 됩니다. 뭔가 특별히 나빠서도, 큰 실패를 해서도 아니지만 마음 한켠이 늘 지쳐 있고, 작은 일에도 쉽게 무너질 것 같은 날들이 이어집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부담은 늘고, 성공이라는 단어는 멀게만 느껴지고, 가끔은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싶은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듭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살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조금만 더 힘내면, 언젠가 행복한 삶에 도착할 거라고 어릴 적엔 당연하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세월이 쌓이고, 소중한 것을 잃고,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오늘을 살다 보면 행복이라는 말이 어쩐지 멀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행복하냐?’는 누군가의 질문 앞에서 선뜻 “네”라고 답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살아낸다는 말로 하루를 채워넣게 되는 나날들입니다.

그래서 묻고 싶었습니다.
행복은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길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 질문에 답하고자 했습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그는 말합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가 내 본성을 따라 살아갈 때, 이성을 발휘하고, 탁월함을 실천할 때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위대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매일을 정성스럽게 살아야 합니다. 충동 대신 신중을, 극단 대신 중용을 선택하는 습관, 그 작은 누적이 결국 우리를 행복에 데려다 준다고 조용히 가르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또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는 게 힘드냐고 - 니체가 물었다』에서는 우리가 그토록 행복을 원하면서도 왜 괴로워하는지를 정면으로 파고듭니다. 니체는 힘들었던 날들, 실수했던 순간들, 차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고통들, 그 모든 것을 껴안으라고 말합니다. 기쁘고 찬란한 순간뿐 아니라, 실패와 슬픔까지도, 삶 전체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에 가까워지고, 진짜 행복은 슬픔을 부정하지 않는 데 있다고 전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 상상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완벽을 이루었을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나에게 주어지는 작은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호의 추천도서 네 권은 세 철학자의 다른 시대, 다른 어조의 행복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

행복은
나를 키우는 삶에서,
고통마저 끌어안는 용기에서,
오늘을 소중히 살아내는 소박한 마음에서,
그리고 나의 작은 선의로 내 곁의 타인과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항상 피어난다고 말입니다.
<퍼온글>
책과함께하는KnowledgeScientist
지관서가매니아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