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정원, 한 평 텃밭

시골살이 낭만보다는 생존

해바라기 님의 블로그 2025. 5. 1. 09:59

사람들은 가끔 내게 말한다.
“그래도 시골은 공기 좋고 조용해서 좋잖아요.”
맞다. 공기는 맑고, 조용하다.
하지만 그 한마디로 시골살이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여기서의 하루는 온전히 ‘살기 위한’ 시간이다.

2009년 12월, 나는 이 집으로 이사했다.
허름한 집이었지만, 다행히 후배들이 도배와 장판을 도와주었다. 그 덕분에 조금은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방이 세 칸이었는데, 안방은 서재로, 작은 방 하나는 침실로, 또 다른 하나는 옷방으로 썼다.
화장실은 대문 밖, 풀숲 사이에 있는 재래식이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오래된 해우소가 아닐까 싶다. 웃기지만, 그조차도 약간의 낭만이 있었다.

우사로 사용하던 곳에 장농 비치
우리집 앞 풍경 여기에 해우소가 있음
겨울 풍경


사람들이 말하는 ‘시골의 낭만’은 마당에 핀 꽃, 푸른 논, 아침 안개 같은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아주 짧은 순간의 위안일 뿐,
내가 실제로 마주한 건 혹독한 추위와 불편함이었다.

봄이면 잡초가 마당을 덮었고,
여름엔 벌레와의 전쟁이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래서 엉망이었다.
겨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곳은 삼팔선 이북. 서울보다 기온이 3도는 낮다.
우리 집 앞은 영평천, 한탄강의 지류가 흐르는데, 그 강바람이 겨울엔 뼈를 때린다.

보일러 기름을 아껴야 했기에 집안 온도는 늘 15도 정도. 나는 스키복을 껴입고 지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침에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싸늘한 공기가 좋았다.
맑고 투명한 공기, 아름다운 강과 산, 그걸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게 왠 호강인가’ 싶기도 했다.
서울에 있었다면 아마 쪽방살이였을 것이다.

도시에서의 가난은 나를 고립시켰지만,
시골의 가난은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걸코, 시골살이는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진실했다.
그 진실한 땅 위에서 나는 하루를 살아냈고,
그렇게 내 인생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