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당신이 가는 곳엔 늘 나도 함께 하는 거야.”
1943년 개봉한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스페인 내전의 참혹함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사랑과 용기, 희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인데요. 첫문장으로 나온, 게리 쿠퍼의 잉그리드 버그만을 향한 이 마지막 대사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에 전쟁의 비극을 선명하게 보여주며 세상에 큰 경종을 울렸습니다.
약 80년이 흐른 오늘날 세계는 다시 전쟁으로 큰 고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시작된 후 천문학적 경제 피해 이외에도 민간인 사망자만 1만 2천 명, 부상자는 3만 2천 명에 달한다고 하니 그 참상에 눈앞이 아득해집니다. 그리고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중동 전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근심이 깊어갑니다. 국가 간, 사회 간, 그리고 개인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2차 세계 대전 중 이 영화처럼, 우리 마음에 경종을 울리는 인문학의 역할이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사람도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 대양의 일부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작아지고. 한 곶(串)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토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조종(弔鐘)이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존 던(1572~1631)의 기도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